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설립 법안이 이달 국회 통과를 앞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적자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출혈 지원’과 지방대 난립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전공대는 ‘패스트트랙’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 3월 개교할 전망이다.

지방대 정원 미달 속출하는데…나주에 한전공대 들어서나
2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전공대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지난 16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이 법안은 전남 나주에 학생 정원 1000명 규모로 에너지 특성화대학인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전공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뒤 약 5년 만인 내년 3월 개교하게 된다. 통상 대학 설립에 10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기간 소요다. 고등교육법상 대학 설립에 필요한 시설·설비 등 요건을 면제받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한전이 6210억원으로 추산되는 설립 비용과 연간 운영비(641억원 추산)의 상당액을 부담하기로 돼 있어 추진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한전은 누적 부채가 132조여원에 달한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조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 22일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올해는 흑자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준조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끌어다 쓰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이 기금을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기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마련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소비자 복리 증진과 관계가 먼 사업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차라리 기금을 전기요금 인하하는 데 쓰라”고 촉구했다.

‘지방대 난립’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미 KAIST 포스텍 GIST(광주과학기술원) 등 전국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 다섯 곳이 있는 데다 지방대의 정원 미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에는 (전국적으로)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12만 명 이상 부족해지는데 이렇게 특혜 대학을 만드느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 한전공대 설립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도 지난 15일 회의에서 한전공대가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