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민 걱정하면서…'北 인권' 매번 눈감는 文정부
“공동제안국 참여도 중요하지만 컨센서스(합의)에 동참한 데 의미 부여를 해줬으면 합니다.”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상정을 앞두고 외교부 당국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에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바라보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2016년 이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은 표결이 아니라 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된다. 말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참여한 것으로 간주된다.

올해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는 40여 개국이 참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가 3년 만에 복귀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영국·호주 등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이유로 올해도 공동제안국 명단에서 빠졌다.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후인 2019년부터 지금까지 3년 연속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저자세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결의안을 통해 지키려는 대상(북한 주민)이 헌법상 자국민으로 규정돼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1명과 함께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미얀마의 인권을 중시하는 여당 의원들처럼 세계 47개 국제인권단체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서한은 북한 인권의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복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미얀마 인권 상황에 마음 아파하는 정부·여당이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결의안에는 침묵한 셈이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처음으로 “(북한 정권이) 미송환 전쟁포로와 후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우려를 표한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조국을 지키다 포로로 잡힌 6·25 참전용사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세계 40여 개국이 대신 문제를 제기해 줬지만 우리 정부는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 18일 한·미 ‘2+2(외교·국방 장관) 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 문제가 빠졌다. 앞선 미·일 2+2 회담 공동성명에는 들어간 내용이다. 헌법상 우리 국민이 당하는 인권 유린에 눈을 감은 대가가 국제사회 고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