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체험관에 커뮤니티·스터디 카페 등 복합문화공간 조성
"친일파 단죄 체험하세요" 남양주 '리멤버 1910' 26일 개관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한 치욕스러운 역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 특별한 날에만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
경기 남양주시는 시민들이 100년 전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잊지 않도록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든 홍릉 앞에 역사 광장을 조성했다.

정식 개장을 앞두고 22일 이곳에서 언론을 상대로 한 팸투어가 진행됐다.

당초 이곳에는 홍릉을 가린 옛 예식장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남양주시는 이 건물을 철거하고 2천㎡ 규모의 시민 휴식 공간을 만들면서 '이석영 광장'으로 이름 붙였다.

이석영 선생은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일대 땅을 모두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건립하는데 보탠 독립운동가다.

이 땅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최소 2조원에 달한다.

광장 지하에는 역사체험관 '리멤버(REMEMBER) 1910'이 있다.

1910년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국권을 상실하고 이석영 선생을 비롯한 6명의 형제가 중국으로 망명한 해이다.

지상에 있는 체험관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02명을 만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체험관은 역사 법정, 친일파 감옥, 미디어 홀, 콘퍼런스 룸 등으로 구성됐다.

역사 법정은 친일파를 재판하는 공간으로, 맨 앞에 3명의 판사석이 있고 그 아래 검사석, 변호인석, 피고인석 등이 있다.

방청석도 마련됐다.

판사석에는 이석영 선생과 그의 동생인 아나키스트 이회영 선생,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친일파를 법정에 세운 뒤 가상 재판을 열어 단죄할 수 있다.

"친일파 단죄 체험하세요" 남양주 '리멤버 1910' 26일 개관
친일파 감옥은 법정 바로 옆에 있다.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감됐던 중국 뤼순 감옥과 서대문 형무소를 재현했다.

감옥 한 곳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엎드려 있는 모양의 친일파 이완용 조형물을 설치, 체험객들이 곤장을 칠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 홀에는 이석영 선생 형제와 신흥무관학교 관련 자료가 전시됐다.

남양주시는 '리멤버 1910'을 박물관이나 전시관처럼 특별한 날에만 가는 시설이 아닌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했다.

미디어 홀과 중앙 라운지에서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편하게 쉴 수 있다.

주말에는 공연이나 영화 상영, 인문학 콘서트 등 문화행사도 열린다.

역사 법정 방청석에는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설치됐다.

이곳에서 누구나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다.

콘퍼런스 룸은 주민자치단체 회의나 모임 장소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된다.

조광한 시장은 "1910년의 아픈 역사를 뼛속까지 새겨넣지 않으면 강대국 패권 다툼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압박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 체험관을 시민 친화적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리멤버 1910'과 이석영 광장 개관식은 26일 열린다.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1주기 되는 날이다.

"친일파 단죄 체험하세요" 남양주 '리멤버 1910' 26일 개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