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연일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미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에서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고 이미 밝혔으며, 앞으로도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희는 미국이 지난달 중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전자우편 등을 보내 우리와의 접촉을 요청했으며, (한·미 간) 합동군사연습을 벌이기 전날(3월 7일) 밤에도 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 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최선희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추가 대북 제재 발언을 언급하면서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보잘것없는) 수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전날인 16일 담화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며 “(남북한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린) ‘3년 전 따듯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