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회담서 중국 비판했지만, 한국은 보조 맞추기 쉽지 않을 듯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하고 전작권 전환 등 연합방위태세 논의
미 외교·국방 동시방한으로 굳건한 동맹 과시…중국논의는 부담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17일 첫 해외 순방지로 일본에 이어 한국을 찾은 것은 그만큼 한국과 동맹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맹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만큼 이번 방한은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각각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국무·국방 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것은 2010년 7월 이후 11년만으로, 외교 당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두 장관은 이날 각각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하고, 18일에는 한미 외교·국방 장관이 함께하는 2+2 회의를 한다.

외교부는 이들 대화의 주요 의제가 한미동맹,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한미일 공조, 지역 및 글로벌 협력 등이라고 밝혔다.

국방 당국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연합방위태세 확립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 등을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두 장관이 한국에 앞서 방문한 일본 측과 한 논의에서 가늠할 수 있다.

미 외교·국방 동시방한으로 굳건한 동맹 과시…중국논의는 부담
두 장관은 지난 16일 일본 측과 2+2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에 대해 "우리가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 평화 및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인태 지역 비전이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대(對)중국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미일 양국은 회담에서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남중국해 문제와 홍콩 및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 등을 비판했다.

미국은 한국과 대화에서도 중국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행사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비판에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항행의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은 한국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가치이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처럼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외교·국방 동시방한으로 굳건한 동맹 과시…중국논의는 부담
중국에 대한 논의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것 자체는 한일갈등을 해소하려는 한국에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일관계 중시 기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3·1절 기념사 등을 통해 언제든 일본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혔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는 한국이 이처럼 노력한 만큼 미국의 한일 협력 메시지가 일본에 더 부담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많다는 것을 계속 표명해 왔다"면서 현재 한일관계 개선이 더딘 책임이 일본에 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필요를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대북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대북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16일 일본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열어 두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굳이 맞대응으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