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한경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한경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 의혹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짜증 섞인 반응을 내놓자 보수야권이 일제히 반발했다.

특히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게시된 해당 글에는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이면서 14일 오전까지 댓글 1만8000여개가 달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경남 양산시 사저 부지 일부가 농지라 농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가) 수차례 양산을 방문해 유실수(과일 생산 목적의 나무) 재배에 있어 노동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농지와 372㎞ 떨어진 청와대에 있는 분이 농사를 짓는다? 이걸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이어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야권 정치인들은 문 대통령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달며 반발했다.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말버릇이 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무섭다"고 했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 "대통령님, 국민에게 하시는 말씀치고는 좀 심하시네요. 겁나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의 글에 "저도 민망합니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문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경호 때문에 땅을 처분할 수 없어서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다"며 "나중에 대통령께서 자녀들에게 상속해줄 때는 이 문제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농인 경력 11년을 계속 지적해왔는데, 봉하마을을 보면 뭘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혹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영농 경력을 바탕으로 농지를 취득하셨다는 말씀이신지, 그냥 노 전 대통령 이야기는 지지층에게 보내는 신호로 등장시킨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남 양산시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566평의 농지를 농사짓겠다고 취득해놓곤 1년도 되지 않아 대지로 전용하여 1100평의 땅에 집을 짓는 것은 대통령 특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는 것이 그렇게 쉽다면 수많은 국민들이 농지를 사서 집을 지을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결코 좀스러운 일이 아니다. 감정조절 장애에 걸린 대통령"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LH 불법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국토부 장관은 사표를 쓰고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대통령은 본인의 사저 부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좀스럽다'고 짜증을 낸다"며 "정말 실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아무나 농지사면 토지로 형질변경 해주나?" "LH 건에는 남일인냥 하고, 본인과 관련된 건 SNS에 친히 글을 쓰니 좀스럽고 민망한 건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 글을 보는 제 자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문 대통령 지지층은 "대통령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야당의 투정이 한참 선을 넘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