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막후에서 대북(對北)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 내’로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낼 것이라고 밝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시도 소식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7일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의 재시동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2월 중순 이후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권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해부터 미국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활발한 미·북 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기조를 아직 공개하지 않은 채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북한 비핵화 협상은 실패했다며 기존의 정책을 처음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15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에서 대북 정책의 최종 마무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 김 미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지난 12일 대북 정책과 관련해 “수주 내에 검토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검토 내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접촉을 유지했다”며 “모든 중요한 측면을 검토하면서 그들(한·일)의 조언을 확실히 포함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우리가 진행 중인 대북 정책 검토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장관은 17일 방한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5년 만의 한·미 ‘2+2회담’을 진행한다.

미 외교·국방 수장의 방한은 1년 넘게 고착 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에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복원 작업에 적극 협조하며 미국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협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두 장관의 방한이 “최상위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선(先)비핵화를 강조할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0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에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앞서 말한 모든 것(북한 비핵화)을 증진할 수 있는지 우리의 자체적 판단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 과정의 우선순위가 아님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종전선언의 유효성, 전략적 활용성에 대해 계속 미국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