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는 정치인이 결국 이긴다" [국회반장칼럼]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협상을 바라보는 당원과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 위)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아래)간 지지율이 엇비슷해지면서 단일화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오 전 시장이 당내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예상외 표차이로 누르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된 시점은 지난 4일 오전 10시. 그후 일주일이 흐르도록 양당이 합의한 사안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2차 단일화 협상 기일뿐이다. 오 전 시장과 안 대표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협상 시한은 서울시장 후보 등록일(18~19일) 이전. 그 기간 내 TV토론회, 여론조사도 해야 한다.
"손해보는 정치인이 결국 이긴다" [국회반장칼럼]
“야권의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아름다운 야당의 시간”(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의 절반을 아무런 소득 없이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양측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은 △투표 방식 △여론조사 문항 △토론회 방식 △단일화 이후 소속 정당(기호) 등 크게 네 가지. 정치 전문가들은 앞의 세가지 사안은 양측이 합의할 수 여지가 많다고 한목소리로 전한다. 예를 들어 투표 방식은 국민의당 측이 요구하는 여론조사로 하면서 토론회는 국민의힘 측이 선보인 1대1 스탠딩을 채택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다. 여론조사 문항도 ‘단일후보 적합도’(오세훈)와 ‘후보 경쟁력’(안철수) 등 양측의 주장을 적절히 섞는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

정말 어려운 사안은 단일화 이후 소속 정당 문제. 안 대표로 단일화될 경우 제 1야당인 ‘기호 2번’(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선거에 나가달라는 게 국민의힘 측 요구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선거법상 타 정당 후보에 선거자금을 지원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안 대표 측 거부감은 더 크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사실상 합당 또는 입당을 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어서다. 특히 선거 초반 열세로 여겨졌던 오 전 시장 지지율이 오름세를 타면서 국민의 힘 내부에서 “제 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키를 쥐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기호 2번’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호 2번을 단 서울시장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김종인의 존재감, 영향력은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문제는 양당 실무자들이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두 후보가 담판으로 풀어야 한다. 야권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는 11일 양측이 선거룰에 최종 합의해도 TV토론회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두세 차례다. 협상이 주말을 넘기게 되면 고작 한두 차례 토론회를 보고 1000만명 대도시를 경영할 시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야권에 기대를 걸고 있는 유권자들이 “사실상 깜깜이 경선을 하려 한다”는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다.

그럼 누가 전향적으로 양보를 해야 할까.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지켜봐 왔던 야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오세훈 전 시장이 통 크게 양보하면서 물러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100명이 넘는 당내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지지율도 오름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도 “의원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을 몰아세우봐야 얻을 게 많지 않다”며 “조금 손해보는 듯한 정치인이 결국 승리하더라”고 조언했다.

이번 단일화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협상장 내부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며 “다만 협상을 타결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