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에 승리 '이변'…김종인 '탈이념 노선' 위력 입증
다음 고비는 安 단일화 경선…10년 원죄론 씻을까
오세훈 승부수 통했다…중도확장 선택한 '영리해진 보수'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후위와 '박빙' 이상의 격차로 승리한 것은 이변으로 해석된다.

오 후보는 4일 공개된 4·7재보선 후보경선 여론조사 결과 41.64%를 득표, 36.31%를 얻은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달 5일 예비경선에서 나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들어왔으나, 한 달 사이에 역전극을 연출했다.

중도 표심에서 우위를 보인 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오 후보는 개혁·온건파로서의 정치 행보를 부각하며 표의 확장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치권에선 이번 결과를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극우로 쏠린 그간 보수당의 정치 노선에 대한 사실상 사망 선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길목에서 국민의힘의 근본적 변화와 중도로의 외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층의 저류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앞으론 보수란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고 하며 호남과 진보를 아우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정권재창출 승부수가 이번 경선 결과를 통해 옳았음을 입증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보수 정체성을 강조해 온 나 후보의 득표율이 이런 흐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나 후보는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여성 가산(득표수의 10%)에도 차이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

여성가산을 제하면 실제 득표율 차이는 9%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근식 당 비전전략실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유권자가 이제는 합리적이고 중도 지향적 인물이 서울시장으로 적당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승부수 통했다…중도확장 선택한 '영리해진 보수'


변호사 출신의 오 후보는 200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6년·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 투표와 연계해 시장직을 던진 뒤 그의 정치 생명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고(故) 박원순 시정 태동에 일조했다는 원죄론을 짊어졌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그의 향후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다만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 게 사실이다.

당장 국민의당 안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야 본선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중도 확장성을 지닌 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만큼 나 후보에 쏠렸던 당 지지세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범야권 지지도 선두인 안 후보와도 충분히 승부를 겨룰만하다는 것이다.

오세훈 승부수 통했다…중도확장 선택한 '영리해진 보수'

한편 나 후보의 경우 '정권교체의 주춧돌'을 놓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두 번째 고배다.

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를 지낸 나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와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표심을 공략해왔으나, '강경 보수' 이미지가 결정적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비슷한 성향의 당내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 국민의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예비경선에서 확인한 압도적 당심(黨心)을 토대로 차기 당권 도전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위로 들어온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여의도 신인'으로서 인지도나 경력 면에서 열세를 딛고 현장 전문가라는 장점을 앞세워 완주해 주목을 받았다.

오신환 전 의원도 '청년 주자'로 저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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