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핵시설을 여전히 가동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공개했다. 핵 활동이 기존 시설 외에도 평양 인근의 강선 지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한 가운데 IAEA가 북한이 여전히 핵 활동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부가 북핵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에서 지난해 말 진행한 냉각수 시설 시험을 포함해 내부 공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영변의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에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강선 지역에서는 (핵 관련)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에도 북한이 강선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강선은 평양 외곽의 지역으로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심 핵 시설로 거론돼왔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2019년 강선에 원심분리기 수천대가 있고 수년간 상당한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폐기’ 제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가 폐기를 요구한 시설이 강선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영변+α’ 안을 거부하며 결렬됐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저한테도 말했고 대통령한테 더 확실하게 했다”며 “남측도, IAEA 전문가도 좋으니 다 들어와서 확실하게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만이라도 폐기했어야 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 장관은 “영변을 폐기할 수 있었다면 플루토늄뿐 아니라 3중 수소도 폐기할 수 있었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아주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 좋은 기회를 그때는 이루지 못했지만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한편 IAEA는 방사화학실험실에 사용되는 화력발전소를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보고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활동이 여전히 IAEA의 심각한 우려로 남아있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