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2주년 3·1절 기념사에서 내놓을 한·일 관계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통적 ‘한·미·일 관계’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 교착상태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한·일 관계는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로 장기간 표류해온 가운데 지난 1월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배상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반인륜적 범죄는 끝나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일본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으나 이듬해부터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한·일 간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4일 이임하는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양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얘기하면서 “한·일 양국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조기에 복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임기 1년을 남겨 둔 상황에서 열리는 올해 기념식에서는 일본의 과거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과거사 문제는 사안별로 분리해 풀어가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절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과거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등과 맞물려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