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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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초광역개발’을 선거 의제로 꺼내들었다. 다수의 광역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초대형 사업을 통해 지역 표심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제대로 된 사업성 검증 없이 지역별 ‘재정 퍼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남, 신재생에너지 시대 주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호남 초광역 에너지경제공동체(호남 RE300)’ 용역 착수보고회에서 광주·전남·전북을 아우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초광역 프로젝트인 ‘호남 RE300’ 구상을 밝혔다. 이 대표는 “호남은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주도할 여건을 골고루 갖췄다”며 “호남 RE300을 실현하면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RE300은 새만금 태양광, 신안 해상풍력 등을 통한 신재생에너지로 2030년까지 지역 전력 사용량의 100%를, 2050년까지 300%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100%는 호남 지역에서 사용하고, 추가 생산분(200%)은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송전하겠다는 것이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광주시당위원장)은 “5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해 대통령 보고회를 열 것”이라며 “민주당 차원의 대선 공약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우범기 전북 부지사 등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앞서 충청권에서도 초광역개발 프로젝트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충청권 언론 인터뷰에서 “충청권의 발전을 위해 광역철도망을 포함해 세종~대전~청주 연계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충청권 4개 광역시·도가 추진 중인 광역철도망 프로젝트를 여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언급이었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은 지난해 12월 신탄진~조치원~오송~청주국제공항을 잇는 광역철도 건설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 3일 부산 언론 인터뷰에서는 동남권 메가시티 건설과 관련해 “당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협의하고 있고 곧 그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아우르는 초광역 경제권역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당내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자체들과 함께 메가시티 구상을 다듬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수도권, 동남권(부울경), 충청권 그랜드 메가시티 3개 △대구·경북, 광주·전남 행정(경제)통합형 메가시티 2개 △전북, 강원, 제주 강소권 메가시티 3개 등 ‘3+2+3 광역권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별도 계정 신설

민주당은 초광역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재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초광역협력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정이 신설되면 지역별 초광역개발 프로젝트에 재정을 연간 수조원 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더해 각종 명목의 예산 신설을 통한 사업 지원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대형 사업이 줄이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4·15 총선을 1년여 앞둔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지역별 23개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판박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경제성 검토 없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예산 투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당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사실상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토가 점점 유명무실해지는 분위기”라며 “결국 재정 낭비로 귀결돼 미래 세대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