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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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을 향한 정세균 국무총리(사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 총리는 작년 1월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방역 지휘에 전념하겠다”며 1년 가까이 정치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올 들어선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등 정책 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을 형성한 여권 대선 주자 경쟁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당 내 정세균계 인사들도 현역 국회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을 중심으로 ‘세 불리기’에 들어갔다. 여권에선 정 총리가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총리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 47세 때 정계에 입문한 정 총리는 좀처럼 적을 만들지 않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민주당) 대표 시절 정 총리를 보좌한 한 관계자는 “지난 30년 간 대놓고 화를 내거나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계파 간 갈등이 극심하던 민주당에서 정 총리가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반대로 정 총리의 이런 온건한 성향이 무색무취한 직업관료 이미지를 풍겨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 총리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한길리서치, 6~8일 조사)에서 3.7%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정 총리 측근들은 “지지율 5%만 확보했으면 대권 도전이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권 내 정세균계 인사들은 정 총리가 ‘적자(嫡子) 주자’가 없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지만 얻으면 민주당 대선 레이스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문 세력과 40대 유권자의 지지를 받으려면 반(反)보수 대표자란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