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선점 경쟁 뛰어든 정세균 총리
정세균 국무총리는 쌍용그룹에 입사해 임원(상무)까지 지낸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경제를 아는 젊은 인재를 찾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15대 국회(1996년) 때 정계에 입문했다. 이런 경력으로 당내 대표적 온건·보수 성향인 인물로 분류된다.

정 총리는 정치인생 주요 지점마다 ‘경제 전문성’을 앞세워왔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추대될 당시 그는 “저같이 경제 쪽에 관심 많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나설 때”라고 말해 의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18대 대통령선거(2012년)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의 경선 경쟁에선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올 들어선 논란이 큰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앞장서는 등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권 선호도가 하락하며 갈 곳을 잃은 당내 ‘중도 진보’와 ‘친문’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그간의 이력과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평등을 함께 극복하는 K회복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며 “경제적 이익을 누린 사람들은 공동체에 기여할 의무가 있으며, 경제적 손실을 본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정부가 나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정 총리는 “부동산에 몰린 시중 자금을 뉴딜정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며 “규제가 약한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부동산 시장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일시적인 선택일 뿐 대권 본선 무대에 오르면 온건·보수의 길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지금은 당내 표심을 잡기 위해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것이지만 결국에는 중도 확장을 위해 본인의 역할로 돌아올 것”이라며 “선명성 경쟁 와중에서도 정 총리의 메시지가 가장 중도에 가까운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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