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 계파라고 부를 수 있는 세력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영문 이니셜을 딴 ‘SK계’가 유일하다. 고(故) 김근태 고문을 따랐던 후배 정치인들이 결성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있지만 좌장이 현실 정치인인 SK계와는 결이 다르다. SK계는 과거 동교동계와 같은 수직화된 정치적 계파라기보다 정 총리와 정치적 인연을 오래 이어온 친목 모임에 가깝다. 민주당 안에선 예전부터 “정 총리가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전남 목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당시 “이낙연 대표는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하고, 정 총리는 ‘당장 날짜를 달라고 하더라”고 두 사람의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SK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8대 총선 이후였다. 17대 당시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을 합쳐 최대 161명이었던 의석수는 18대 총선 이후 81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직자 다수가 경질 위기였고, 보좌관들도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이때 정 총리가 당시 당직자로 근무하던 이원욱 민주당 의원 등 유망 인재들을 챙겨 지역구로 미리 파견했다. 이들이 19대 총선 때 당선돼 SK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현역 의원 중에는 4선의 김영주·안규백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이원욱 의원, 김교흥·김성주·안호영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동안 잠잠했던 SK계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SK계가 주축이 된 광화문포럼이 모임을 재개하면서 세(勢)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40명 전후로 시작했던 광화문포럼은 최근 70명대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정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서 우군으로 나선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