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25년 만에 야인이 된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은 밖에서 바라본 국회에 대해 "극과 극 대결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여당 일방독주에 대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 야권 후보들 간 정책과 철학이 (단일화가 안 될 만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전 의원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사랑방'을 열었다. 마냥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지난 15일 이화동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그는 "여러 공부 모임을 통해 의원내각제 도입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명불허전 보수다', '초심만리' 등 21대 국회 들어 만들어진 공부 모임을 두고선 "진영을 넘어 좋은 정치인들을 초청해 이야기 듣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공부 모임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인간적 유대관계도 돈독히 하는 것 역시 좋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현안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야권단일화와 관련해선 "현재의 여당 세력들이 잘하고 잘못하고를 벗어나서 완전히 일방독주를 하고 있다. 견제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지금과 같이 야당이 갈라져서는 어떠한 견제도 할 수 없다. 이번 보궐선거가 정부·여당의 귀책사유로 인해 일어났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반성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이 분열해 시민들 뜻을 받들지 못한다면 국민적 죄를 짓는 것이다. 야당 단일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들 간에 내놓는 정책과 철학을 보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다음은 정병국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21대 총선 불출마하고 사랑방을 열었다. 근황을 알려달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연구원으로 나가고 있고 주로 이화동 사랑방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5기를 맞은 청년정치학교 교장도 맡고 있다.
◆ 청와대를 거쳐 16대 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한 뒤 오랜만에 야인이 됐다. 밖에서 바라본 국회는 어떤가.
21대 국회를 평가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5선을 하며 20년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한 일도 많지만 오늘날 정치가 이렇게 된 것에는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현역으로 뛸 때 보이지 않았던 부분도 많이 보인다. 왜 정치를 했는가도 되돌아본다. 요즘 정치를 보면 극과 극의 대결 양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우리 때 더 잘 극복해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잘 물려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난해 6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초선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명불허전 보수다' 공부 모임에 참석, 정병국 전 의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초선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명불허전 보수다' 공부 모임에 참석, 정병국 전 의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다양한 공부모임을 이어가는 후배 의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좋은 일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희가 초선일 때 미래연대를 만들어 치열하게 고민을 했다. 오전 7시 국회 앞에 사무실을 열고 거기서 매주 공부를 했다. 그렇게 4년간 다져온 부분이 20년 의정활동의 밑거름이 됐다. 이게 재선이 되면서 수요일날 공부하는 멤버들과 함께 새정치수요모임을 만들었다. 이런 부분들이 민본21, 경제실천공부모임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19대부터는 단절됐다. 공부하는 모임이 전혀 없다가 21대 들어와서 초선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부 모임이 만들어졌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특히 민본21, 미래연대 등 소장파, 개혁적 성향의 공부모임들이 주목 받았었는데.
공부모임은 특히 초선의 입장에선 정치적 공감대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장이 된다. 처음 배지를 달고 의정 단상에 서고 의총장에 나가 발언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희 때만 해도 기성 선배들한테 야단도 맞고 했지만 끊임없이 의정 단상에서 또는 언론에서 의총장에서 우리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개혁파, 소장파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거기서 공유된 가치나 다져진 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21대에 들어온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하는 여러 공부모임이 활성화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 21대 후배들의 활동 중 눈여겨본 활동은 있는가.
진영을 넘어 좋은 정치인들을 초청해 이야기 듣는 것은 중요하다. 정치는 인간이 하는 일이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 장사다. 그렇기에 가치 공유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공부 모임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인간적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그래야만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 부분을 극복 가능해진다. 보다 놀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미래연대를 할 때만 해도 생각해보면 저희는 부부끼리도 친하게 지냈다. 그게 오늘날까지 교류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 다만 21대 국회에선 소장파 목소리가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동지 관계까지 만들어져야 그런 용기도 낼 수 있는 것이다. 개혁의 목소리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적 관계에서 정치적 동지로까지 가치 공유를 해야한다. 21대 국회는 1년도 채 안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출이 될 것이다. 그분들에게도 조언했지만 선배 이야기를 듣지 말라고 했다. 이슈가 있을 때 이슈를 갖고 공부하고, 그 이슈에 대해 가치 공유가 되면 공부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관철시키는 행동이 이어질 것이다.
과거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남·원·정'이라는 대표적 소장파로 불렸던 정병국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과거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남·원·정'이라는 대표적 소장파로 불렸던 정병국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등의 야권 단일화 관련 움직임에 대해 중간평가 한다면.
단일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기 단계부터 저희들이 전직 의원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더 좋은 세상 포럼(마포포럼)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그것이 단초가 돼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단일화 하는 데 저희들이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의 여당 세력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완전히 일방독주를 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견제세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야당이 갈라져서는 어떠한 견제도 할 수 없다. 이번 보궐선거가 정부·여당의 귀책으로 인해 하는 것인데도 반성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런데 야당이 분열해 시민들 뜻을 받들지 못한다면 국민적 죄를 짓는 것이다. 단일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단일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들 간에 내놓는 정책과 철학을 보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공유하면서 폭을 넓히는 분들이기에 충분히 단일화를 통해 협업할 수 있고, 그러면 시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청와대에서 5년, 국회의원 20년. 25년 만에 야인이 됐다. 많은 것이 새롭게 보인다. 요즘에는 지난 25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제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학교도 나가고 있고 공부 모임도 만들어서 저희들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다. 그동안 제가 5번 선거를 치렀는데 평균 물갈이율은 48%다. 반 가까이 물갈이 됐는데 정치가 나아졌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제가 집중하는 분야는 개헌이고, 권력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원화되고 커진 국가 운영을 하는데 1인 중심 대통령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내각제 도입을 위한 개헌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병국 전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자신의 사랑방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