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임기 1년 내 불가능한 ‘대선주자급’ 공약 수두룩
대선 주자들은 온통 빚내서 수조~수백조 원 퍼주기 경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오른쪽),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오른쪽), 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월 7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퍼주기 공약이 봇물을 이룬 듯 하다. 나라 살림을 살 찌울 방안 보다 돈을 주는 공약이 난무하면서 선거전이 포퓰리즘 경연장으로 전락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은 임기 1년여 밖에 안되는 데 공약은 대선주자급이다. 여야 가릴 것 없다. 부동산 공약을 보면 서울시를 완전히 대개조하겠다는 수준이다. 임기 1년 안에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은 공약들도 적지 않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반값 아파트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박 후보는 5년 내 공공 분양 주택 30만 호를 건설해 반값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빌려준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한 토지임대부, 시유지·국유지 활용 등을 통한 공공 분양 방식을 그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 후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활용하고,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반값아파트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후보 역시 토지임대부 제도 활용도 내세우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후보는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철길 등을 씌워 인공 대지를 만들고, 역세권 고밀도 개발 등을 통해 공공주택 1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철과 지하철을 지하화해 그 위에 ‘청년 메트로 하우징’으로 이름 붙인 청년임대주택를 짓는 방안을 내놨다. 안 대표는 △청년임대주택 10만 호 공급 △30·40, 50·60세대를 위한 40만 호 공급 △민간 개발과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통한 재건축·재개발로 20만 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보들의 이런 방식으로 반값 아파트가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철도를 지하화 하고 강변북로·올림픽 대로를 덮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텐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공사 기한도 짧게는 수 년이 걸릴 수 있는데 그간 교통난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안이 안보인다.

복지 공약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기금 1조원을 조성해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방안을 내놨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출산 이후까지 최대 9년간 1억1700만원의 이자를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공약했다.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지난 16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차 맞수토론’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지난 16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차 맞수토론’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오 후보는 청년 1인당 월 20만원씩 주는 청년 월세 지원을 현재 5000명에서 5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 성인에게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후보들은 많게는 수 조원이 들어갈 공약 재원을 다른 예산을 줄여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름의 편성 이유와 타당성이 있는 다른 분야 예산을 줄여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의 주 4.5일 근무제, 조정훈 후보의 주 4일 근무제 공약은 서울시장 후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가 할 일인데다 민간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는 논쟁적인 사안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꺼낸 것은 성급하고 ‘월권’이란 것이다.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보상 문제를 두고 ‘누가 누가 더 판돈을 더 키우느냐’는 경쟁 양상이다. 수조 원, 수십조 원, 수백조 원이 툭툭 튀어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4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선도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은 15조 원~20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리는 자영업 손실을 제도적으로 보상하자는 ‘손실보상제’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제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갖고 기초생계비 수준인 1인당 월 50만원(연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합의를 거쳐 서서히 증액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의 복지관련 지출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GDP의 21%)의 절반정도인 11%로 OECD 평균에 도달하는데 200조원(2020년 GDP 약 2000조원의 10%) 가량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대해 빚내서 충당하자는 것 이외엔 입을 닫고 있다. 빚을 내 충당한다면 그 부담은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소요 재정 규모 면에서 보면 과거 ‘고무신·막걸리 선거’와는 비교가 안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