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사태' 겨우 진화했는데 여권 핵심부서 갈등 표출
문대통령 만류에도 신현수 사의…국정운영에 악재 가능성

최근 검사장급 인사 논란 속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간의 대립 양상이 표출되자 청와대가 적잖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진화하고 검찰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고자 했으나, 정작 여권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대오'가 흐트러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티타임 형식의 브리핑을 갖고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을 자세하게 밝혔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 靑, 갈등 부인했지만 신현수는 사의…'패싱설' 맞나?
청와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조국 라인'으로 불리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소통했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온다.

검사 출신으로 검찰 조직과 생리에 정통한 신 수석이 검찰 쪽 입장을 반영해 조직을 안정시키려 했으나, 박 장관과 이 비서관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추미애 라인' 유임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박 장관과 이 비서관이 신 수석과 검찰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사안을 전격 관철했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패싱설'에 대해 청와대는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과 이 비서관의 뜻이 같았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법무장관과의 인사 갈등이 임명 두 달도 안된 민정수석으로 하여금 사의를 표명하게 한 직접적 동인이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신 수석은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강직하고 진중하면서도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계속 만류하는데도 사의를 굽히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檢인사 거센 후폭풍에 靑 당혹…신현수 파동 '안갯속'

◇ 박범계-신현수 조율 안된 인사안…문대통령, 알고 사인했나?
신 수석이 검찰인사 발표에 사의표명까지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어떤 경로를 거쳐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장관의 (검찰 인사)안이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발표된 것"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인사를 둘러싼 갈등을 알았느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통상 검찰 고위급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민정비서관이 협의를 거쳐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뒤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박 장관은 신 수석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고 법무부의 인사안을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재가했다면 갈등 국면에서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된다.

그 반대의 경우, 즉 박 장관이 독자적으로 인사안을 발표한 것이라면 청와대 내 보고 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노출하는 셈이 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검찰 인사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통령을 결부 짓지 말아달라.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 야당 '레임덕' 파상공세…신현수 사의 접을까?
신 수석이 끝내 사퇴 의지를 꺾지 않을 경우 검찰과의 소통에 다시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청와대 기강 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이진석 국정상황실장도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참모들의 사의 표명설이 잇따르자 당장 야권에서는 이번 일을 레임덕, 즉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으로 규정짓고 파상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민정실 내부의 갈등설을 진화하고 나선 것은 이번 이슈가 레임덕 논란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이런 와중에도 이날 아침 청와대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두지 않을 경우 청와대 기강은 물론이고 공직사회 장악 등 국정운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