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사흘 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 출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사흘 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 출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나선 상황을 염두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동맹국 간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이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왕 장관은 “중국은 개방과 지역 협력 메커니즘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이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을 중시했다”며 “중국과 한국은 반드시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비핵화 실현, 항구적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장관이 이날 ‘개방성’과 ‘다자(多者) 협력’을 강조한 것은 한국의 반중 전선 참여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18년부터 미국과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를 비판할 때 이 단어들을 사용해왔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 협력을 강조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와 쿼드 등 중국에 대항한 민주 진영 국가들 간의 협력만을 강조해왔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9일 쿼드 참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어떠한 지역협력체와도 적극 협력이 가능하다”며 과거에 비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한국의 쿼드 참여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강경화 전 장관이 이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앞서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두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며 왕 장관이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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