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58개국이 상대 국가와의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국적자를 구금하는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개발도상국들도 다수 참여한 이 선언에 한국은 불참했다. 불과 한 달 전 동결 자금 문제로 자국 선박 나포까지 경험한 한국이 이 선언에서 빠지며 중국과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동 선언을 주도한 캐나다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명을 통해 “세계 58개국의 서명과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의 지지하에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 임의적 구금 반대 선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는 국가들이 외국인들을 임의로 체포해 판결을 내리고 이들을 구금한다”며 “전세계 4분의 1이 넘는 국가들이 캐나다의 우려에 공감해 자국민과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언에 찬성하는 원칙적이고 인도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58개국 중에는 캐나다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 외에도 가나·통가·베냉·투발루 등 개발도상국들도 대거 포함됐다. 선언문은 “외국인을 임의로 구금해 협상카드로 악용하는 행태는 국외를 여행하거나 머무르는 모든 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인권과 법치주의,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가혹한 구금, 영사 접견 거부, 고문 등을 종식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과 한 달 전 이란에 의해 선박 나포까지 경험한 한국은 이번 공동 선언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4일 한국 국적 선박을 해상에서 나포한 뒤 한 달 넘게 선박과 선원들을 전원 억류했다. 이란은 한 달이 지난 지난 2일에서야 선원들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선박과 선장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이란의 선박 나포에 대해서 국내에 동결된 자국 자금 반환을 위한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란은 한 달 간 한국 정부를 향해 동결자금으로 밀린 유엔분담금 납부, 코로나19 백신 구입 등을 요구하는 등 선박 억류를 외교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명분이 있는 한국이 공동 선언에 불참하며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이른바 ‘민주 진영’ 내 주요국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가 성명의 대상으로 중국·북한·이란 등을 집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중(反中) 전선’ 구축의 일환이라는 판단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선언은 2018년 2월 중국 정부가 캐나다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브리그와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구금하고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캐나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해 ‘외교 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선언이 발표되자 이날 즉각 반발했다. 주캐나다 중국대사관은 “캐나다의 멍 부회장 체포야말로 정치적 구금”이라며 “이번 선언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헷갈리게 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