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별도 규제 마련 방침
공정위가 '칼자루' 쥐기로 정리

쿠팡 "한국 규제는 위험요인" 적시
업계 "혁신성장 발목 잡아" 비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병욱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병욱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와 여당이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별도 규제를 만들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규제 업무를 담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증시 상장을 결정한 쿠팡이 한국의 규제를 사업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은 가운데 당정이 신산업에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공정위와 비공개 당정 협의를 하고 공정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 입법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온라인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별도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20~30개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지금까지 경영 기밀로 분류해온 상품 노출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입점 업체와 중개 거래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지 예정일 30일 전까지 입점 업체에 해지 이유를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당정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이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비슷한 유통업을 하면서도 대규모유통업법과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은 매출 1000억원 또는 매장 면적 3000㎡ 이상인 유통업체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뿐 아니라 마켓컬리, B마트 등 온라인 ‘배달’ 플랫폼 규제법도 별도로 입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경제계에선 쿠팡·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등 업력이 짧은 기업이 비교적 큰 업체로 성장하자마자 규제를 만드는 것은 혁신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쿠팡도 지난 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북한 이슈 등과 함께 한국의 규제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쿠팡은 “일부 업무는 구체적이고 복잡한 공정거래, 노동, 고용 관련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런 규제는 계속 진화하고 앞으로도 기업 운영과 재정 상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선 규제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소관 부처에 대한 ‘교통정리’가 주로 이뤄졌다. 정부 내에서도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두고 서로 ‘칼자루’를 쥐겠다며 신경전을 벌이자 여당이 중재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관련 법률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로 (잘못) 이해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국무회의와 규제개혁위 회의를 거쳐 만든 법이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인데, 제대로 홍보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