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TV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던 야권 경선 레이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형식을 파괴한 TV 토론회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운영 방식과 토론 내용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조사 1위 후보에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현상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형식파괴’는 합격점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5일 첫 선을 보인 1대1 스탠딩 방식의 경선 토론회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들이 쏟아졌다. 예비경선을 통해 추려진 네명의 후보가 세차례의 걸쳐 1대1 토론회를 하는 형식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슈가 분산되지 않아 토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등 의견들이 나왔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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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론회 진행 방식과 토론 내용에 대해선 “개선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비판 의견들이 다수였다. 가장 큰 문제는 흑색선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진흙탕 공방’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여론조사 1위, 2위 후보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진 위)와 이언주 전 의원(아래)은 전날 TV토론회에서 토론회 주제인 지역 현안과 관련없는 과거 발언과 경력 등을 놓고 사생결단식 공방을 벌였다. 자연스러운 토론의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원칙을 세운 탓에 부산시 현안에 대한 공약과 비전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인 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 인신공격 등으로 인해 부산시민들이 정치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김성태 전 의원도 “자칫 상대 후보의 과거사 진상 조사를 하는 토론회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정작 중요한 본선에서 상대후보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평가점수 투명하게 공개해야”

미스터트롯을 본따 도입한 토론평가단의 평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토론회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취지로 사전에 당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을 조직했다. 인원수가 총 1000명이다. 토론회가 끝나면 곧바로 ARS 전화를 통해 토론평가단에게 ‘토론을 잘한 후보’를 물어 결과를 공개한다. 전날 TV토론회에선 박 교수와 박민식 전 의원이 각각 평가단으로부터 ‘토론을 잘한 후보’로 평가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깜깜이 평가’라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미스터트롯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토론회별 평가 점수를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박 전 의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 지지층들의 불만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공개와 비공개가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내부 격론 끝에 비공개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선 “당원 평가, 시민평가 등으로 구분해 결과를 공개하면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 한명당 15분으로 제한한 토론시간도 한시간 안팎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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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호응 ‘지지부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사실상 본선으로 평가받았던 박 교수와 이 전 의원간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이날 정오 기준 7200회.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비슷한 시간대에 올린 동영상 조회수(11만회)에 턱없이 못 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핫’한 동영상은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긴다”며 “시청자 관심을 끌어낼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 시간대가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시장 선거 1차 토론회는 오후 5시15분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직장인들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대다. 이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는 오후2시50분에 시작됐다. 당 안팎에선 “3040 직장인들은 포기하겠다는 전략 아니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지도가 높은 TV프로그램 ‘MBC 100분 토론’에 첫 TV토론회를 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토론회 일정과 시간은 방송국 내부 사정에 따라 정했다. 당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