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러시아 정부에 실종된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해 송환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을 밝혀달라는 유족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이 유해 송환 책임을 러시아 정부에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유해 송환이 현실화하는 데는 한국 정부의 교섭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은 최근 공개한 122차 강제실종워킹그룹(WGEID) 회의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방 및 지방 정부는 15명의 사할린 한인의 유해 매장 장소를 찾아 유해 신원을 확인한 뒤 한국 유족들에게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軍) 기록을 포함한 관련 기록물을 공개하고 실종자 유족을 포함한 일반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이 1년 이상의 심의를 거쳐 러시아에 유해 송환을 촉구하면서 피해자 실종이 소련의 강제 억류 때문이라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는 2019년 유엔에 일제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다가 6·25전쟁 발발 후 실종된 25명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보냈다. 유족회는 2차 세계대전 후 6·25전쟁 중 수만 명에 달하는 한인이 귀국하면 북한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소련이 이들을 강제 억류했다고 주장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유엔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조속한 유해 송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