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설 연휴 방역수칙을 교묘히 피해 꼼수 가족모임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1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설 명절 연휴에 진귀한 경험을 했다"며 "며칠 전부터 어머님과 며느리, 형과 동생, 아이들 사이에 전화와 문자가 빈번하다. 여느 때 같으면 가족들이 서로 시간을 맞춰 모이려고 통화를 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서로 엇갈리게 부모님을 방문할지 작전을 짰다"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막내 며느리는 어제 저녁에, 막내아들은 오늘 이른 아침에, 그리고 오전에는 저희 부부가 찾아뵈었다"며 "이런 풍경이 집집마다 벌어지지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났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결과적으로 5인 이상 모임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가족 모임을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방역당국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엇갈려서 가도 바이러스는 옮겨진다"며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다면 (동시 모임과 마찬가지로)연쇄 감염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인사들이 방역수칙을 어겼거나 교묘히 피해갔다는 논란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 조기축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무수석은 야당과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이지만 최재성 수석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청와대를 찾은 야당 의원들은 만나지 않았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논란이 됐다. 이낙연 대표는 추석 전 방역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국민에게 당부했었다.

당시 국립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묘지는 아예 문을 닫아 일반 국민은 성묘를 하지 못했다.

가족 간 식사도 가급적 교대로 해달라고 당부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지자 모임과 향우회 등에 잇따라 참석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지인들과 만남을 잠시 멈춰 달라'는 공지글을 SNS에 올린 후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가진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