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기자단과 상견례를 하며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기자단과 상견례를 하며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전선인
쿼드(Quad)’ 참여와 관련해 어떠한 지역협력체와도 적극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비교해 매우 유연해진 입장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대표되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발 맞추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쿼드 강화 등이 언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협력체가 투명하고 또 개방적, 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 협력체 구상과도 협력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쿼드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입장 중 가장 전향적이다. 앞서 강경화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아시아 소사이어티와의 화상 대담에서 쿼드 참여 의사를 묻는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당시 “특정 현안에 대한 대화에는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만약 그것이 구조화된 동맹이라면 우리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비공식 안보 협력체 성격의 쿼드를 공식기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해 이른바 ‘쿼드 플러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한·중 관계를 고려한 정부는 이에 대해 여러 경로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핵심 반중전선이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쿼드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형태로 계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의 이날 전향적인 발언은 미국과의 공조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쿼드라는 지역협력체가 있는지는 알지만 쿼드를 포함해 모든 어떤 형태의 지역협력체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참여에 문을 열어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라 주목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정 장관의 발언은 쿼드 참여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나온 발언 중에서 가장 전향적”이라며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외교의 결을 맞추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