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로비스트 돼 '탄핵 거래' 하고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각종 논란을 빚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입법부의 로비스트"라며 자진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하의 글을 올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이토록 무능하고 비양심적인 대법원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이어 "우리 현대사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늘까지 대한민국을 유지해온 힘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아무리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도 존엄과 권위를 유지한 사법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피땀으로 이루고 역사를 통해 지켜낸 사법부의 독립이 오늘과 같이 처참하게 농락당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승만 정부 시절에도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향해 사법부 수장다운 강기를 보였고, 박정희 정부 시절 조진만 대법원장은 소신 있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 돼주었다"며 "지금 대법원장은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돼 '탄핵 거래'를 하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들통났는데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언급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의 있으시면 항소하시오"라고 한 초대 대법원장이 바로 그의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김종인 위원장 페이스북 전문.
우리 현대사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늘까지 대한민국을 유지해온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고, 국가 운영 측면에서 보자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아무리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여도 존엄과 권위를 유지한 사법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945년 광복 당시 우리나라에 자격을 갖춘 법률가의 숫자는 채 200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제헌헌법 초안을 만든 유진오 선생 같은 분은 "우리나라에서 삼권분립은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였으나 우리 스스로 법전을 만들고 사법행정 조직을 비롯한 제도와 질서를 구축하며 대한민국은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가장 빠르게 3권분립의 민주정체를 완성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국민이 피땀으로 이루고 역사를 통해 지켜낸 사법부의 독립이 오늘과 같이 처참하게 농락당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도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사법부 수장다운 강기를 보였고, 박정희 정부 시절 조진만 대법원장은 선고 기일을 연기해달라는 행정부의 요청 공문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법관들이 소신 있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 대법원장은 어떻습니까?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되어 이른바 '탄핵 거래'를 하고, 국민에게 수차례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들통났는데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합니다. 법률과 양심 앞에 오직 진실만을 증언토록 해야 할 법관의 자격조차 상실한 태도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이토록 무능하고 비양심적인 대법원장이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개를 든 채 오직 자기 자리를 보전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을 찢으며 공판중심주의를 하라고 질타했던 이용훈 대법원장 이후로 자리를 잡아가던 사법부의 독립이 다시 구시대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 권위는 휴짓조각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명예는 밖으로 드러난 양심이요, 양심은 내부에 깃드는 명예"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명예가 있다면 속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역사와 국민 앞에 조금이라도 죄를 더는 길입니다. 사법부 스스로 대법원장의 거취를 따져 묻고 작금에 무너진 자존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이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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