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며 LG디스플레이 GS건설 등 9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경제계에서는 산업재해를 명분으로 국회가 또다시 ‘기업인 망신 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환노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 등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우무현 GS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등 건설사 CEO와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등 택배사 CEO, 최정우 포스코 대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제조업체 CEO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청문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이날 청문회 실시와 증인 명단 채택 등은 회의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결정됐다. 여야 간사가 사전에 합의한 내용을 회의에서 처리했다는 게 환노위의 설명이다. 환노위는 정부와 해당 기업에 293건의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환노위는 청문회 실시계획서에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발생하는 산재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실제 산업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고 적시했다. 증인 명단에 오른 기업 CEO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이라는 게 환노위 설명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인 망신 주기’라는 국회의 고질병이 되풀이됐다고 비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산업재해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며 “대기업만 골라서 증인으로 세우는 건 결국 기업인을 창피 주기 위한 목적 아니냐”고 되물었다. 증인 가운데 쿠팡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업 대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 100명당 산업재해 발생률(2019년 기준)은 0.64%로, 전체 발생률(0.58%)을 웃돈다. 기업 CEO에게 산업재해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는 게 경제계 주장이다. 근로자 한 명 이상 사망 시 CEO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역시 사업주에게만 책임이 집중돼 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미비, 근로자의 안전 의식 결여 등도 종합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반(反)기업 태세에 동참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산재에 대한 기업 차원의 예방책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기업에 대한 압박이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