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첫 언론 브리핑에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첫 언론 브리핑에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과 이를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고 한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외교 수장에 ‘미국통’인 정 후보자가 내정된 것이 한·미 공조 격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정 후보자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對北) 인식에 미국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핵확산 의지는 전지구적인 비확산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위협을 평가해 동맹 및 동반자 국가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김정은이)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이미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 정세 전반적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는 지도자”라며 “북한이 2017년 11월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전략적 도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이날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의 ‘핵 확산 의지’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정 후보자의 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국내 한 언론의 질의에 “우리는 평양의 군사능력 진전 바람을 잘 알고 있고 그 같은 군사적 능력이 무엇을 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임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하며 정 후보자 발언을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재임 때부터 이번 정부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손꼽혀 왔다. 정 후보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일에 최장수 장관이던 강경화 장관 교체 결정을 발표한 것도 미국 새 행정부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3년여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등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대북특사로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가운데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지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정 후보자에 대한 반박이 미·북 양국이 우선적으로 상호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를 반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북 협상팀의 일원이던 랜달 슈라이버 전 미국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5일 RFA에 “김정은이 비핵화를 향한 자신의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했다”며 “일정 기간 동안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새롭게 펼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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