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은 지킬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는 이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아직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2018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결렬 때문이라며 미국에도 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무력 증강’까지 외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설계한 정 후보자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관에만 빠져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이) 9·19 남북 군사합의 때도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칠십 몇 시간 기차를 타고 갈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한 것”이라며 “지금도 (핵실험은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 약속은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달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 무력 증강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협상의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하노이 회담 결렬을 꼽았다. 정 후보자는 비핵화를 하겠다는 김정은의 말이 거짓말이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거짓말이 아니라 북·미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을 못했던 것 같고 미국은 당시 존 볼턴이 대표하는 네오콘들의 ‘모 아니면 도’ 방식의 경직된 자세가 문제였다”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위기하고도 맞물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담 결렬의 책임이 북한 뿐 아니라 미국에 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어야 한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당시 협상이 타결됐다면 한국 전문가 수 백에서 수 천 명이 영변 또는 평양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며 “영변을 폐기만 할 수 있었다면 플루토늄, 3중수소도 폐기하는 등 북핵의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미국에 영변 핵 시설만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사실상의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영변 외 시설까지 폐기를 요구해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한다는 모라토리엄 약속에 대해서는 “공개된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영변 폐기를 일단 하고 그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아직 완전히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호하고 최선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영변 핵 폐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소상하게 밝혔고 모라토리엄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된 북한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하며 사실일 경우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는 것이 유엔 제재와 남북 교류 협력법에 모두 위반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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