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전' 靑·野 충돌 격화

文 "정치 후퇴시키지 말라" 비판
"민생문제 해결 놓고 경쟁해야"
靑 "文, 야권 해도 너무한다 격노"

野 "김정은에게 건넨 USB
삭제 문건 내용 모두 공개하라"
주호영 "구시대 언급하며 정쟁 유발"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1일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제기한 야권을 향해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지 말라”고 정면 비판했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들의 격앙된 반응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구시대’라는 언급은 정쟁을 유발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文 “구시대 정치 말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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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면서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민생 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로부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원전 건설 의혹과 관련해 메시지를 낸 건 지난달 29일 논란이 불거진 뒤 나흘 만으로, 다른 이슈에 비해 상당히 빠른 대응이다. 그만큼 이번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야권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여겨 격노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비공개 회의에서도 “많은 마타도어를 당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내내 청와대를 괴롭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조기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월성 원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르게 대응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야권의 공세에 대해 “색깔론이고, 혹세무민하는 터무니없는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된 40여 쪽에 달하는 내용에는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野 “USB·삭제 문건 다 공개하라”
야당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을 정부의 ‘조직적 은폐’로 규정하고 2018년 남북한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의 내용을 공개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말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면 이적죄, 북한이 그 원전 시설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하려고 했다면 여적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 시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제1야당을 고발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고 했다.

야당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삭제한 문서 중 하나인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원본 자체를 공개하면 그걸 보면 되는데 자꾸 숨기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의 해명이 엇갈리고, 급하게 거짓말하는 것을 보니 아마 큰 사고를 친 모양”이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도 “가짜 문서라고 발뺌하기엔 사안이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실무근이라는 이야기만으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치 공방만 할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해서 명백히 밝히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그 문제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에서 자세히 국민들께 설명했기 때문에 다 규명됐다고 생각한다”고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고은이/강영연/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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