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80억원·지자체 50억원 제시…3차례 민사조정 끝내 결렬
민사 소송서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2001부터 암으로 16명 사망
극복 못한 30억원 견해차…'암 발병' 익산 장점마을 갈등 증폭

'암 집단 발병'이 확인된 전북 익산 장점마을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민사조정이 무산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마지막 조정에서 보상액을 157억원의 절반 수준인 80억원으로 낮췄으나 전북도와 익산시는 50억원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주민은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50억원은 행정관청이 해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맞서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 악취 맡고 응급실행…비극이 시작됐다
장점마을 비극의 시작은 마을 어귀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각종 암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간암,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유방암 등 병명도 다 헤아리기 어려웠다.

원인 모를 악취에 주민들은 여러 차례 응급실로 실려 갔다.

2010년에는 소류지(沼溜地)로 공장 폐수가 유입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식수와 지하수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마을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주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의심의 눈초리는 '수상한 연기'를 내뿜던 금강농산의 비료공장으로 옮겨갔다.

2019년 환경부 역학 조사 결과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은 비료공장의 유해 물질로 밝혀졌다.

비료공장이 퇴비로만 써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한 것이다.

연초박 건조과정에서 배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은 공장 굴뚝을 타고 온 마을로 퍼졌다.

주민들은 환경부의 역학 조사 결과를 듣고 죽어 나간 이웃들을 떠올리며 눈물로 가슴을 쳤다.

2001년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설립된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에게 암이 발병했고 그중 14명이 숨졌다.

주민 측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2명이 암으로 추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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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억원과 50억원…3차례 민사조정 결렬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를 상대로 150억원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민사조정을 거쳤다.

비료공장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 소홀 책임을 법정에서 묻기 전 원만한 손해 배상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가 주민들의 소송을 도왔다.

3차례 민사조정 거쳤으나 양측은 빈손이었다.

주민 측은 당초 제시한 손해 배상 금액 157억원을 8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전북도와 익산시는 50억원을 고수했다.

끝내 합의하지 못한 채 결국 민사 법정에서 다시 공방을 벌이게 됐다.

송민규 익산시 환경정책과장은 "환경오염 피해자들에게 최고액을 지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사망자 1인당 1억원, 암 투병자 1인당 7천만원, 마을 발전 기금 25억원 등 50억원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과 개인의 합의가 아닌 만큼, 행정 차원에서 돈을 지급하려면 명분과 기준이 필요한데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최고 액수를 지급한 사례였다"며 "주민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할 방법을 찾으려고 적극행정위원회까지 열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 측은 그간의 아픔과 고통에 비하면 5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소송대리인단 간사인 홍정훈 변호사는 "1, 2차 조정에서 157억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3차에서 절반 수준인 80억원을 제시해 조정을 희망했는데 이마저 거절당했다"며 "지자체가 주민의 고통을 보상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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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 어떻게 진행되나
민사조정법에 따라 조정이 무산되면 민사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다.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한 조정과 달리 양측의 법정 공방에 따라 원고, 피고의 승패가 결정된다.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경우의 상급심 판단도 받아볼 수 있다.

1심부터 3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 측과 지자체는 곧 있을 재판 절차에 충실히 임할 방침이다.

송민규 익산시 환경정책과장은 "과정이야 어쨌든 안타깝게도 소송까지 가게 됐으니 변호인과 상의해 재판에 충실히 참여하겠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주민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홍정훈 소송대인단 간사 역시 "마을 주민들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데다 고령이어서 조정을 통해 결론을 내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있을 재판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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