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4일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다른 법관들에 대한 추가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해 여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107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찬성했다”며 “국회의원 151명이 본회의에서 (찬성하면) 통과되는데, 오는 2월 4일까지는 탄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열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2일 판사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고, 4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설 의원은 추가 법관 탄핵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제대로 된 판결이 아니다”며 “국민 정서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면 탄핵 말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법관 탄핵에 이어 언론 군기잡기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국민이 180석을 민주당에 준 데는 잘못된 것들을 시정해내라는 뜻이 있다고 본다”며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이어 언론개혁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급작스러운 법관 탄핵 결정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 복귀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자 사법 개혁을 외치며 법원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자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탄핵을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법관 탄핵에 나선 것에 대해 일제히 ‘법원 길들이기’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SNS에 “우려했던 대로 민주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판사탄핵’에 시동을 걸었다”며 “자기 진영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대놓고 위협해 길들이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나”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판사탄핵의 시계가 이렇게나 빨라진 것은, 분명 최 대표의 1심 재판에 대한 앙갚음으로 보인다”며 “‘감히 조국 수호대를 다치게 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