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은 26일 "기획재정부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겁박을 당하고 있다"고 위로하며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주도적으로 검토할 것을 독려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손실보상' 논란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K-양극화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실업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정부가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방역이라는 '공공필요'에 따라 영업 제한이나 영업금지 조치를 취했을 경우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보상하라는 것이 헌법 23조다"며 "따라서 손실보상은 정당하며, 헌법정신에 따라 정부는 손실보상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려운 문제는 입법이 아니라, 손실보상의 원칙과 기준, 범위와 방법, 손실보상액의 산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면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손실보상 검토 지시는 타당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당정에 검토토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재부 공무원들은 우수하지만, 때로는 오만하고 예산과 조세 권한을 갖고 타 부처에게 갑질한다는 이미지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와 여당에 치이고, 이제는 경기도지사로부터까지 겁박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고 기재부를 위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전문.

< 손실보상은 기재부에게 맡겨라 >

헌법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했다.

사유재산권은 보장되며,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에 제약을 가하여 손실이 발생하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라는 거다.

코로나 위기 이후 K양극화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실업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정부가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 내지 보호와는 별개로, 정부가 방역이라는 '공공필요'에 따라 영업 제한이나 영업금지 조치를 취했을 경우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보상하라는 것이 헌법 23조이다.

따라서 손실보상은 정당하며, 헌법정신에 따라 정부는 손실보상을 해야한다.
이미 헌법이 규정한 만큼, 손실보상의 법률적 근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감염병예방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도 된다.
어려운 문제는 입법이 아니라, 손실보상의 원칙과 기준, 범위와 방법, 손실보상액의 산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 매출 -- 비용 = 이윤
위의 산식에 따라 정부의 영업 제한 내지 금지 조치가 매출, 비용, 이윤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서 손실(=이윤의 감소)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당정이 검토하라"고 했다.
대통령의 손실보상 검토 지시는 타당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당정이 검토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손실보장의 주무 부처는 당연히 국가 재정을 담당한 기재부가 되어야 한다.
최근 대선출마 의사가 있다는 정치인 총리와 경기도지사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경제부총리를 겁박하고, 민주당은 월 24조원이 필요한 손실보상법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 재정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고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헌법이 정한 손실보상을 얼마나 할 것이냐는 재정의 책임부처인 기재부가 하는 게 옳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실태 파악을 하되 손실보상액을 정하는 것은 기재부가 맡는 게 적절하다.
기재부가 국세청,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해서 정하도록, 대통령은 외풍을 막아줘야 한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우수하지만, 때로는 오만하고 예산과 조세 권한을 갖고 타 부처에게 갑질한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와 여당에 치이고, 이제는 경기도지사로부터까지 겁박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경제부총리에게 당부한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윤증현 전 장관은 사실은 영혼이 있는 관료였다.

부총리와 기재부 공무원들은 영혼을 되찾으시라.
그리고 대통령은 외풍을 막아주고 이들의 영혼을 보호하라.
기재부에서조차 '죽을래 과장'과 '신 내린 사무관'이 나와선 안 되지 않겠는가.
헌법이 정한 손실보상을 기재부가 책임지고, 정치권의 악성 포퓰리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수행하길 바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