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입법의지·총리 질타에 대통령까지 법제화 주문
문대통령, 손실보상제 당정혼선 직접수습…고립무원 홍남기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싼 당정간 혼선을 직접 수습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태로 주재한 보건복지부 등 방역 관계부처 업무보고에서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싸고 최근 정부와 여당 간 견해차가 불거지며 국정에 부담이 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대통령, 손실보상제 당정혼선 직접수습…고립무원 홍남기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손실보상법을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과 묶어 '상생연대 3법'으로 명명하고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에서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김 차관의 발언을 보고받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고,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는 공개적으로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튿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곳간지기'의 책임감을 부각했다.

급기야 손실보상 법제화를 논의하기 위한 휴일 고위 당정청회의에 홍 부총리가 몸살감기를 이유로 불참한 것을 두고 당정 간 갈등설에 무게가 실리자 문 대통령이 스스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안을 두고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와 기재부가 맞서는 듯한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홍 부총리가 더욱 외로운 처지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과 11월에 각각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주식 양도세 문제를 두고 당정 갈등이 빚어졌을 때 홍 부총리가 사의를 밝히자 문 대통령이 '경제회복 적임자'라며 이를 반려하며 재신임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문 대통령이 당정 이견을 정리하면서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속도가 붙게 됐지만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사회적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됐다.

최대 100조원까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 가운데 정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실제 보상 범위 등은 정부의 재정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