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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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가 2019년 한국에 입국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이 망명한 사례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주영 공사),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 대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태 의원은 “신변 보호를 위해 한국 망명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 인사가 몇 명 더 있다”고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 대사 대리는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2019년 7월 한국에 들어온 조 전 대사 대리와 망명 시기가 비슷하다. 그는 2010년대 김정은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의 총책임자였던 전일춘의 사위다.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가 채택된 뒤 서창식 당시 주쿠웨이트 대사가 추방되면서 대사 대리를 맡았다. 류현우는 한국에 입국한 뒤 개명한 이름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류 전 대사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 채택 이후 세계 각국이 북한 외교관·노동자 추방 및 대북 교역 단절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걸프 산유국의 건설 현장 등에 노동력을 파견해 왔지만, 2017년 이후 중동의 북한 노동자 대부분이 본국으로 쫓겨났다. 이 때문에 외화벌이와 대북 송금을 맡았던 류 전 대사가 실적 압박에 시달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