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소 수십조원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을 재정 추계도 건너뛰다시피 하고 재정당국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법안을 강행하려는 거대 여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영업) 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상생연대 3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들 3법 통과 시기와 관련,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집합금지 업종은 코로나19 손실 매출의 70% 범위에서, 그 외 업종은 50~6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토록 한 법안이다.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했다. 민 의원은 지난 19일 한 토론회에서 손실보상 소요 비용이 한 달에 2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4개월이면 100조원에 이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해 즉각 우려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SNS에서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 중 하나”라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모두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어 민주당 원안대로 법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정 총리는 법제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기재부를 향해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저항 세력이 있다”며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주 초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만간 당·정·청 간 관련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만일 보상하더라도 구체적 피해 규모 파악부터 지급 대상 선정 등 행정시스템상 여러 어려움이 있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도원/김형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