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연일 토론회에 나와 맞붙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번엔 재난긴급지원금 집행이라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를 두고 맞붙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19일 제주도민들을 위한 '제주형 4차 재난지원금'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해당 내용을 설명하며 "경기도는 '무차별' 지원이고 제주도는 '맞춤형'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 4차 재난지원금 발표하며 이재명 저격

총 지원 규모는 330억원이다. 전액 현금으로 지원된다. 특히 정부지원금보다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가운데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α'로 강화된 영업 제한 조치로 문을 닫았던 업종과 계층에 우선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희룡 지사가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이재명 지사를 '저격'하고 나선 점이다. 그동안 '선별-복지'라는 프레임에서 이어져 왔던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원희룡 지사는 '무차별-맞춤형' 프레임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희룡 지사는 "이재명 지사처럼 전 도민에게 1/n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전 도민 대상 무차별 지급은 막대한 예산만 소요되고 정작 액수가 얼마 안 되어 정책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재명 지사와 각을 세웠던 재정 당국을 옹호하기도 했다. 원희룡 지사는 "불난 집에 달려가 불을 꺼야지, 무차별적으로 멀쩡한 집까지 물을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정부도 같은 고민이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5조6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면 약 10만원꼴이다. 돈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쓰면 피해 업종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300만원씩 지원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일 토론회에서 맞붙어 왔던 이재명과 원희룡

이재명 지사와 원희룡 지사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지난해부터 연일 토론회에서 신경전을 이어왔다. 주요 주제는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아젠다인 '기본소득'과 복지정책 지급 범위에 대한 내용 등이었다.

지난해 9월 MBC 100분 토론 당시 이재명 지사는 "선별복지는 사실은 부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술책"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리를 토대로 이재명 지사가 보편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원희룡 지사는 "거액을 1/n로 효과 없이 쓰지 말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써야 한다"며 맞받아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이재명 지사는 "모든 구성원에 똑같은 소득을 보장해서 소비를 하고 수요가 유지되게 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건전 선순환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면 매력적이고 좋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다 보면 소액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한계선상에 있는 복지 약자들, 복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보장소득이 안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지난 1월5일 JTBC 신년토론에서도 맞붙으며 유사한 주제들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원희룡 지사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이 피해가 차별적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이재명 지사는 "확장재정 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면서 지역화폐로 이중 효과를 갖는 경제정책으로서의 재정 지출도 광범위하게 좀 하고 정말로 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별해서 두텁게 지원하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