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도중 입양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청와대가 '사전위탁보호제도'를 언급하려 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과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는 "핵심은 아동이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사과부터 하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지사는 18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참담한데 비서진 해명은 또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아동학대 대책이 궁금한데 왜 '사전보호위탁제도'를 운운하며 입양 문제를 거론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중 입양 후 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여야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 재발방지대책으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려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하는)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나가며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파장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 취지는 입양 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사전위탁보호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말씀"이라며 수습하고 나섰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제정신이냐. 문제는 입양이 아니다"며 "아동학대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면 될 일을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을 했으며, 비서진은 뭐하는 사람들인가"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전문.

<제정신입니까? 문제는 입양이 아니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회견 내용에 대한 청와대 비서진의 해명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의 말씀도 놀랍고 참담한데 비서진의 해명은 또 무슨 해괴한 소리입니까? 아동학대가 문제의 핵심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가 궁금한데 왜 사전위탁보호제도 운운하며 입양문제를 거론하는 겁니까?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이러이러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 될 일입니다. 이 간단하고 명료한 일을 두고 도대체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을 했습니까? 비서진은 또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하면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이와 맞지 않으면 아이를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놀랍다 못해 참담합니다. 제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평소 인권변호사를 자처하고 ‘사람이 먼저’라고 수도 없이 외쳤던 대통령의 인식에 저는 오늘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리가 공분하고 함께 슬퍼했던 정인이 사건의 핵심은 아동학대이지 입양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고 계셨단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기자회견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표명을 하고, 입양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것에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대책을 내놓으시길 바랍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