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덕분에 독소조항이 대거 빠졌다고 항변하더군요. 도대체 그런 법안을 왜 처음부터 찬성했나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간담회에 참석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날 회의 분위기를 묻는 말에 “야당이 이제 와서 재계에 생색을 내려 한다”며 혀를 찼다. 그동안 중대재해법에 찬성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놓고 뒤늦게 ‘딴소리’를 한다는 의미다.

이날 간담회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8일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대부분 참석했다. 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에 나선 결과 경영진에 대한 처벌 형량과 기준이 완화됐다는 게 국민의힘 설명의 요지였다. 법안 심사에 참여한 전주혜 의원은 바뀐 법률 조항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악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안 논의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중대재해법은 “민주당과 합의한 법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런 해명들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꽤 있다. 21대 국회에선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가 중대재해법 제정안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법안(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확’ 바뀐 건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 변화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정의당과 함께 개최한 중대재해법 간담회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장서 “초당적으로 (법 제정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주 원내대표도 “정의당이 내놓은 방향으로 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난달 22일엔 주 원내대표가 다시 나서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 성과가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12월 임시국회가 보름가량 남아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시점이었다.

중대재해법 부채질한 주호영의 '발뺌'
이런 지도부의 결정이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102명 중 단 4명뿐이었다. 독소조항을 없앴다는 법안에 대해서도 소속 의원들은 거부한 셈이다. 당내에선 “이럴 거면 애당초 법 추진에 왜 찬성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하고 민감한 법 제정을 놓고 당내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중대재해법 입법 추진 방침을 정하기 전에 소관 상임위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제단체 관계자도 “법안 심사 전 기업 의견을 듣는 간담회조차 없었다”며 “국민의힘마저 이러면 어디에 경제계의 입장을 얘기하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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