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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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사태가 1주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현지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란은 “한국의 이란 자금 동결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이 최우선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사진 왼쪽)은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오른쪽)과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아락치 차관은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자금 동결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며 “자금 동결은 미국의 제재 부과 때문이라기보다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몰아붙였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최 차관은 이란의 ‘한국케미호’ 억류가 “부당하다”며 이들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환경 오염 문제”라고 재차 주장했지만, 정작 우리 대표단의 증거 제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최우선 사안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며 동결 자금 반환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최 차관은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선박 나포의 목적이 동결 자금 반환에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대내외 매체에 흘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란 강경파 정부 관계자가 “한국은 이란의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 차관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관련 있는 고위직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현지언론들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와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