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규약에 못 박고 김정은 보고에서 구체적 목표 적시
북한 8차 당대회 '국방력 강화'에 방점…업적 부각하며 대미압박

북한이 이번 노동당 제8차 대회의 전과정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사흘간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구체적 과업으로 많은 분량을 국방분야에 할애했다.

큰 기대를 했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대미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체제 수호를 위해 국가방위력 강화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9일 개정한 노동당 규약의 서문에 "공화국 무력을 정치 사상적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 것이라는 대목을 새로 추가했다.

'공화국 무력'은 인민군 등 인적 무력과 각종 국방 장비를 모두 포함한 국방력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노동당 영도 체제의 북한에서 당 규약에 이런 표현이 포함된 적은 처음이다.

서문은 당의 영도와 역할, 투쟁과업과 기본 임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어서 그동안에는 하위 개념인 무력 강화를 별도로 포함할 이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무력 강화를 굳이 서문에 명시함으로써 국방력 강화가 북한의 국정 운영에서 중대하고 항구적으로 추진하는 국정 운영 방향임을 명시한 셈이다.

북한 8차 당대회 '국방력 강화'에 방점…업적 부각하며 대미압박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5∼7일 한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경제·사회 등 다른 부문과 달리 국방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고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을 높이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의 개발도 시사했다.

심지어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히면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본심이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체제 수호를 위해 국방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보고에서 '남조선 집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최첨단 무기도입과 무력 증강에 초점을 맞춰 불쾌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앞서 작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하고도 불과 3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당대회 때 또다시 열병식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조국통일'부문에서 국방력 강화 의미를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해 조선 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라거나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 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한다고 밝혀 자위적 수단임을 강조했다.

특히 강력한 국방정책이 자칫 과거 김정일 집권 때처럼 '선군정치'로 군부의 위세가 커지지 않도록 군을 노동당의 통제 속에 두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신은 "인민군대의 본질적 특성과 사명에 맞게 조선인민군은 국가방위의 기본역량, 혁명의 주력군으로서 사회주의조국과 당과 혁명을 무장으로 옹호 보위하고 당의 령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제했다"고 밝혔다.

북한 8차 당대회 '국방력 강화'에 방점…업적 부각하며 대미압박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유달리 국방부문에 집중한 것은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외면하거나 대북 압박 정책으로 일관할 경우 북한의 방위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핵 역량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대미 정책의 초점을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있다'고 못 박아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국방력 집중은 북한이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 속에서 마땅히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모든 대내외 정책 수립에서 김정은 일인지배 체제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상황에서 대외정책이나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경제 부문에서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이번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도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 핵심이었고 구체적인 경제지표도 살림집 건설에 그칠 정도다.

대북 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연재해 등 삼중고 속에서 그나마 김정은 정권의 치적을 내세울 만한 것은 '최강의 국방력' 뿐이다.

아울러 국방력 집중은 북한 주민들의 세뇌된 안보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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