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원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길 전 대표(맨오른쪽).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원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길 전 대표(맨오른쪽). / 사진=연합뉴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노동계 요구보다 크게 후퇴했다며 안 만드느니만 못한 법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누더기 중대재해법’이란 비판을 받는 만큼 “차라리 법을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권영길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 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 면죄부가 될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계와 정의당이 요구한 내용보다 후퇴시킨 법안을 냈던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조차도 문제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산업재해를 막는 역할을 할 법이 아니라 산업재해가 부추겨질 요소가 너무나 많이 들어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확정, 시행되면 ‘악법(惡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은 법을 시행해가면서 보완하면 된다는 논리는 악의 요소를 숨긴 사탕발림이다. 잘못된 법을 고치는 건 법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법이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기간제 노동과 파견 노동에 관한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권영길 전 대표는 “참여정부와 여당은 그 법을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불렀고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불렀다. 당시 민노당 의원들은 단식농성, 회의장 점거 등 수단과 방법을 다해 막으려 했지만 결국 통과됐다”며 “그 법은 비정규직 양산의 요소가 돼 오늘날 해결 난망의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그 꼴이 되기 십상”이라고 역설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