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허용하지 않던 집권세력 내부서 토론 시작됐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참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일체의 비판과 이견을 허용하지 않던 집권세력 내부에서 처음으로 토론다운 토론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양극화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며 "IMF 위기 이후에도 양극화는 심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는 그 차원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K-양극화는 K자의 위아래로 벌어진 글자 모양 그대로 업종 간, 직업 간, 개인 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심해질 것"이라며 "K-양극화를 초기부터 치유하지 못하면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곤층이 급증해서 공동체의 통합과 건전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체제의 붕괴위험에 이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전 위원은 "따라서 K-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 경제사회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1/n을 지급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1/n보다 더 많이 지급할 것인가? 이 문제는 K-양극화 해소와 직결된 질문이며, 총리와 지사 간 토론의 핵심주제"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전문.
< 재난지원금,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리자 >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재명 지사의 주장에 대해 정세균 총리가 비판했다.
그동안 일체의 비판과 이견을 허용하지 않던 집권세력 내부에서 처음으로 토론다운 토론이 시작된 거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양극화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IMF 위기 이후에도 양극화는 심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는 그 차원이 다르다.
코로나로 인한 K-양극화는 K자의 위아래로 벌어진 글자 모양 그대로 업종 간, 직업 간, 개인 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심해질 것이다.

K-양극화를 초기부터 치유하지 못하면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곤층이 급증해서 공동체의 통합과 건전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체제의 붕괴위험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K-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 경제사회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1/n을 지급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1/n보다 더 많이 지급할 것인가?
이 문제는 K-양극화 해소와 직결된 질문이며, 총리와 지사 간 토론의 핵심주제다.

나는 지난 총선 전부터 K-양극화를 치유하려면 "국민 세금으로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어려운 국민들을 도와드린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바로 이틀 전에도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두 배, 세 배 드리자"는 글에서,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공정과 정의의 헌법 가치에 반하고, 소비 진작 효과가 낮은 열등한 경제정책이며, 국민의 돈으로 선거에서 매표행위를 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1월13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도정현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1월13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도정현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의 이런 생각은,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이라는 정세균 총리의 생각과 그 취지가 같다.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언급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고통받는 국민들을 돕자는 취지일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결국 지난 총선 때 전 국민에게 4인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재난지원금을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들께 지급하자고 하고,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한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서 올바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경제부총리도 지난 총선 때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에게 한 가지 지적한다. 이재명 지사는 "총리가 (균형재정을 주장하는) 관료들에 포획되어 있다"고 하면서, 이 문제가 마치 재정확대에 대한 찬반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려 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 수법이다.

K-양극화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국가재정을 더 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똑같은 예산을 쓰는데, 전 국민에게 1/n 씩 지급할 거냐, 아니면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두 배, 세 배를 지급할 거냐"의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과연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와 공정에 부합하는지, 무엇이 더 효과적인 경제정책인지 옳고 그름을 가리자는 거다.

이재명 지사는 논점을 흐리려 할 게 아니라, 핵심질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하기 바란다. 평소 입버릇처럼 공정을 외치고 서민을 위한다는 이재명 지사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서민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우리 경제의 소비 진작에도 별 효과가 없는 주장을 자꾸만 하니까 하는 얘기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