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결국 경제다'를 주제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호평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공감 제로 대통령"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유승민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자화자찬? 공감 제로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국산 치료제 개발도) 조건부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등 가시권에 들어섰다"며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백신 치료제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 빠른 일상회복이 새해의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금 동부구치소라는 지옥에 갇혀있는 수용자들은 대통령의 저 말에 공감할까. 요양병원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은 공감할까"라며 "폐업, 실직, 빚더미, 파산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실업자들은 공감할까. 언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지,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불안한 국민들은 공감할까. 대통령 혼자 왜 저러실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다음은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전문.

<또 자화자찬? 공감 제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또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코리아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지금 동부구치소라는 지옥에 갇혀있는 수용자들은 대통령의 저 말에 공감할까.

요양병원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은 공감할까.

폐업, 실직, 빚더미, 파산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실업자들은 공감할까.

언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지,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불안한 국민들은 공감할까.

대통령 혼자 왜 저러실까.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면, 우선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문제해결의 능력을 보여주는 게 대통령이 할 일 아닌가.

대통령은 왜 그런 공감 능력이 없을까.

대통령은 왜 자화자찬 아니면 책임회피뿐일까.

대통령의 책임회피, 책임 떠넘기기도 너무 심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부구치소의 집단감염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청와대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서 최근 내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동부구치소에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등 여러 차례 특별점검과 문제해결을 주문했다"

"최근…여러 차례"가 대체 언제 지시했다는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청와대가 저런 말을 한 의도는 뻔하다.

'대통령은 분명히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지시를 받은 참모와 공무원들이 잘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 아닌가.

백신도 그랬었다. 대통령은 13번이나 지시했는데, 백신확보에 실패한 거라고…

대통령은 할 만큼 했는데, 공무원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으니, 나중에 책임은 공무원들이 지게 될 거다…이게 청와대의 말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는 자리가 아니다.

"The buck stops here!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

이게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