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낸 것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찬반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면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차원에서) 사면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보다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많다”며 “(이 대표의 사면론은) 방법과 시기에서 여러모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사면론과 관련해 ‘당사자의 사과’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조건으로 내걸고 봉합에 나섰지만 여전히 당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의견이다.

이 대표는 최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른 이슈를 던지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당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사면론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던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가 그렇지 못한 측면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친이낙연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배경과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옹호론이 퍼지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면 문제는 시점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라며 “사회적 양극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는 마음에서 충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면론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사면론과 관련해 “(이 대표의) 선거 홍보용은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우상호 의원도 사면론에 대해 수그러든 입장을 보였다. 사면론이 불거졌을 당시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가 갈등으로 분열되는 것에 대한 통찰이 있었을 것”이라고 옹호론을 펼쳤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이후로 연두 기자회견을 할 것 아니냐”며 “직접 언급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전직 대통령이나 국민적 논란에 대해 말씀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문 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언급할 수 있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사면과 관련해 몰리는 것 같아 거들었더니 일부 지지자로부터 당을 나가라는 등의 비난 문자를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성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이 사면론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자 폭탄 테러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인들이 사회적 통합 등 소신을 밝히는 데 개인 감정을 담아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