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인증업체에 안전관리 맡기면 처벌 제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상 국가 인증을 받은 전문기술보유업체에 안전 관리를 맡긴 기업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기업의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KS 마크처럼 인증제 필요”

양향자 민주당 의원(사진)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 정부안을 검토한 결과 기업의 안전 역량을 높이는 방안은 찾을 수 없다”며 “정부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은 검토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양 의원은 의견서에서 안전 관련 전문기술보유업체에 대한 국가 인증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동시에 국가에서 인증받은 전문기술보유업체에 안전 관리를 위탁한 기업은 책임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양 의원은 “산업 재해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영세업체를 써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준 높은 안전관리업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안전 예방에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를 위해 국가가 보증하는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KS 마크가 붙은 제품을 소비자가 믿고 사용하듯 안전 분야에서도 기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기술보유업체를 국가가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기술보유업체 인증제는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한 영국의 사례를 참고했다. 양 의원은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법은 안전·보건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보건안전법의 보완재 성격”이라며 “2008년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기업과실치사법으로 처벌받은 기업은 28개로, 5% 미만에 불과하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이는 보건경영 인증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이런 대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 대부분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양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전원 참여하는 단체방에도 대안을 공유했다. 양 의원은 “일부 의원은 내용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며 직접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양 의원은 “인증된 업체를 쓰는 원청기업은 중대재해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면 모든 기업이 돈을 더 내더라도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업체를 이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안전관리 산업도 발전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지자체장도 처벌대상 포함 합의

중대재해법 심사가 진행 중인 법사위는 이날 사고 시 법인 대표와 이사를 동시에 처벌하도록 한 것에서 ‘대표 또는 안전·보건 담당 이사’로 제한하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또 장관·지자체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정부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비(非)법인이나 큰 단체도 책임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범위가 넓어졌고 중앙행정기관의 장(長)과 지자체장도 범위에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논의되고 있는 정부안에 대해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공중 안전 확보를 위한다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내용을 고스란히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안에는 카페, 제과점, 음식점, 목욕탕, 노래방, PC방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잠재적 중범죄자를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미현/김소현/고은이 기자 m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