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차기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다. 누구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했다가 사이가 틀어진 그가 '검찰개혁 시즌2'의 수장을 맡게 됐다.

과거 윤석열에게 '형'이라고 불렀던 박범계

판사 출신의 3선 의원인 박범계 내정자는 과거 윤석열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그는 윤석열 총장보다 나이는 세 살 아래지만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박범계 내정자는 2013년 11월 윤석열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징계를 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총장은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이 확정됐다. 윤석열 총장은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글을 통해 자신을 '범계 아우'로 낮춘 박범계 내정자는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인 형에게 조직의 배반자, 절차 불이행자로 낙인찍는 조직문화가 여전하다면 '도대체 정상적인 나라야'라는 비난과 자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기조와 엇나가자 등 돌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윤석열 총장의 행보가 어긋나면서 박범계 내정자 역시 윤석열 총장과 등을 졌다. 그는 지난 10월 국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윤석열 총장을 몰아세웠다. 아울러 윤석열 총장이 자신의 질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자 "자세를 똑바로 앉으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총장은 "과거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느냐"며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0일에는 '문무일 vs 윤석열'이란 제목의 글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범죄정보기획관실 폐지를 선언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지만 윤석열 총장의 필요에 따라 폐습이 부활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내정자는 "윤석열 총장의 지시에 의해 생산된 '주요 특수·공안사건 분석'이라는 문건에 등장하는 판사는 37명"이라며 "대검 수정에서 생산한 문건에는 재판장을 비롯한 판사들의 가족관계, 성향, 세평 등 소위 동향 정보라는 것이 일정한 양식에 따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범계 내정자는 새롭게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제도화된 검찰개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의 수장이 된 것이다. 그는 또 여당이 주도할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도하게 됐다. 아울러 이와 함께 반발이 심해지고 있는 검찰 조직의 동요를 안정시켜야 하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