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왼쪽)이 바이든 정부의 첫 교통장관으로 낙점됐다. 오른쪽은 그의 남편인 채스틴 부티지지. USA투데이 제공
성소수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왼쪽)이 바이든 정부의 첫 교통장관으로 낙점됐다. 오른쪽은 그의 남편인 채스틴 부티지지. USA투데이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라틴계 교육 행정가인 미겔 카도나 코네티컷주 교육위원(45)을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 낙점했습니다.

카도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초등학교 교사 출신입니다. 28세 때 코네티컷주 최연소 교장이 됐던 인물이지요.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교육자 및 학부모 표를 의식해 교사를 교육장관으로 뽑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선 카도나가 이민자 출신이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은 이미 다수의 고위직을 내정해 발표했습니다. 면면을 따져 보면 전임자들과 확연히 다른 부분이 눈에 띕니다. 바로 ‘다양성’이지요.

차기 내각에서 여성 및 유색인종 숫자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초대 내각 대비 3배에 가깝습니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로 불리는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이지만, 능력보다 표나 지분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요.

바이든 행정부의 내무장관은 원주민 출신 여성인 뎁 할랜드 뉴멕시코주 연방 하원의원(69),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흑인인 마이클 리건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장관(44)이 각각 내정돼 있습니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할랜드는 건국 이래 첫 원주민 출신 연방정부 장관, 리건은 50여년 만의 첫 EPA 청장이 됩니다.

또 재닛 옐런은 첫 여성 재무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첫 흑인 국방장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내정자는 동성과 결혼한 첫 성소수자 장관 후보자입니다. 마르시아 퍼지 주택장관 지명자도 흑인이지요.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는 쿠바 난민 출신입니다.

미 연방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은 부통령을 포함해 총 23명인데, 차기 내각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 또는 여성으로 채워졌습니다. 트럼프는 물론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다양성이 크게 높아졌지요.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던 각 그룹이 각자의 지분을 내각에 반영해 달라고 강하게 민원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격 요건과 능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죠. 일종의 엽관제(spoils system)나 정실주의(nepotism)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상원 인준 과정에서 탈락하는 후보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멕시코 이민자 후손인 하비에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발탁된 데는 히스패닉계이면서 이념적 선명성이 뚜렷하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베세라의 시각과 보건 분야의 경험 부족이 인준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상주의자적인 바이든 정부의 다문화주의가 오히려 다양성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