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태 4년만에 첫 공식사과…과거사 매듭짓고 선거모드 전환 시동
"과거 잘못 통렬히 반성…당 뿌리부터 개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구속수감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공식 반성문을 썼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만이다.

보수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반성하는 '대리사과'의 성격보다는 탄핵 이후로도 혁신이 부족했다는 자성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보수정당으로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주홍글씨처럼 남은 '적폐 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고강도 쇄신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장 김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아온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넉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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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사태 4년 만의 첫 공식 사과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우리 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그런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과가 부족했던 데 대해서도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께서 느꼈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증요법으로는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고 정권교체를 다시 노리기에 역부족이라는 현실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교안 전 대표는 "탄핵 결정을 수용한다"면서도 "미래를 얘기하자"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사과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황세모'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 청산'의 구호가 정치권을 휩쓸었고, 그 프레임에 갇힌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내리 참패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 시점을 탄핵안 가결 4주년(9일)께로 맞춘 것도 차기 대선의 전초전인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 패배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셈이다.

당 안팎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옛 당권파 인사들로부터 "전직 대통령들을 대신해 사과할 자격이 없다", "선거 전에 스스로 낙인을 찍을 필요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사과 못 하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과거사 청산'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사전 교감을 시도하는 등 상황 관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 목표는 중도포섭…4월 재보선 앞둔 인적쇄신 주목
'탄핵 사과' 이전인 지난 8월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무릎 사과'가 있었다.

이번 탄핵 사과가 '김종인 체제' 6개월여간 이어진 당 혁신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자 체질개선 작업의 마무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체질을 탈바꿈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자신이 상표권을 가진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새 정강·정책에 이식하고, 그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앞세웠다.

'약자와의 동행'도 거듭 강조했다.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당 색깔로 핑크 하나에서 빨강·파랑·하양 등으로 다양화해 과거의 이미지를 지웠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산 국회에서는 정부의 확장적 기조를, 입법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공정경제 3법' 처리를 잇달아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과를 기점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올인할 기세다.

그동안의 혁신 노력을 바탕으로 중도층을 끌어안아 낙승을 거두겠다는 포부다.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사과를 기점으로 당은 선거 체제로 전환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 모든 당의 말초신경을 내년 재보선에 꽂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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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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