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무현의 꿈'이 이뤄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 이제야 면목이 선다. 오늘 찬성 투표를 제 손으로 했다는 사실에 한없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울렁거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공수처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여당은 '노무현의 꿈'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고무된 모습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당시 설계됐던 공직부패수사처는 지금의 공수처와 내용적으로 차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공수처, 문재인 공수처 차이는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여정부 당시의 안과 비교하면 지금의 공수처는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가장 큰 차이는 참여정부 때 추진됐던 공직부패수사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항의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항의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스1
당시 제출된 법률안에 따르면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한 사건은 무혐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체없이 관할 검찰청 등에 송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 이유로 '검찰이 공직부패수사처에 대한 통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했다. 반면 현재 공수처는 수사 개시 및 공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에서도 공직부패수사처는 '국회, 감사원, 대검찰청, 국방부는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공직부패수사처에 의뢰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다른 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의 이첩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연립정부까지 제안했던 것이 노무현"
야당은 견제할 수 없는 권한, 거부권(비토권)이 사라진 개정안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민주당 측은 공수처 출범을 고의로 막기 위해서 국민의힘이 어깃장을 놓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야당을 배제하고 여권을 위한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출신의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세력은 야당 눈치 보지 않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위선정권 막장정치 민주당에 경고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위선정권 막장정치 민주당에 경고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에서는 '노무현의 꿈'이라는 발언까지 나온 것에 격앙된 모습이다. 최근 연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해온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민식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달 연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게 연립정부까지 제안했던 것이 '노무현의 꿈' 아닌가"라며 "일방 독주로 말도 안 되는 권한을 갖는 공수처 설립이 진정 '노무현의 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